2010년 4월 3일 토요일

아이패드의 진짜 의도는 '아이패드'를 없애는 것

우리가 알고 있던 컨텐츠, UI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끔 만드는 글....
아이패드 나오면 또 지름신이 강림하시겠는걸, ㅎㅎㅎ





아이패드가 왜 아이패드를 없애냐구요? 아이패드에는 홈버튼 외에 별다른 조작버튼이 없습니다. 대신 스크린을 직접 터치하거나 기울이거나 혹은 흔들어 컨텐츠를 조작하고 브라우징합니다.

일반 컴퓨터에서 웹페이지를 브라우징하려면 각종 버튼을 조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웹페이지 위에 손가락을 얹은 뒤 밀어 올리거나 끌어 내립니다. 다시 말해 당신의 손으로 웹페이지를 직접 어루만지는 것입니다. 지난 겨울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현장에서 아이패드를 써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이패드가 아니라 마치 웹문서를 들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사진, 그림, 문서, 책, 동영상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인터넷 컨텐츠는 컴퓨터 모니터와 UI의 테두리에 갇혀있는 '무엇'이었습니다. 어쩔수 없었지요. 컴퓨터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각종 버튼이 없으면 곤란했으니까..

하지만 아이패드는 이를 화면을 직접 터치하거나, 기울이거나 혹은 흔들거나 하는 방법으로 UI 자체를 바꾸어버렸습니다.

이런 새로운 제스처 기반의 UI 가 사용자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는 놀랍습니다. 컴퓨터를 들고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웹페이지 자체, 뉴욕타임스 자체, 책 자체, 사진 자체 그리고 동영상 자체를 들고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지요. 물론 상당수 개발자들이 아이폰 앱에도 즐비하게 버튼을 붙여놓은 것을 보면, 아직 제스처 기반의 UI가 제대로 이해되지는 못한 듯 합니다만...

따라서 아이패드가 제 역할을 해 낸다면 아이패드는 사라지고 오로지 컨텐츠만 남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보며 우리가 텔레비전이라는 기계를 보나요? (LG의 세리에 1처럼 컨텐츠 대신 세트의 장식효과에 집중한 텔레비전도 있기는 합니다.) 우리는 그 안의 컨텐츠에만 몰입되기를 원하지요. 아이패드는 바로 이를 위해 태어난 기기입니다.

가히 컨텐츠의 제왕인 미디어 기업들이 환호를 내지를 수 밖에 없는 기기인데요.. 이러니 사실은 오디오광이면서 음악팬이라 자처했던 사람들, 사실은 기계가 좋아 새 컴퓨터를 질렀으면서 무슨 새로운 쓸모가 생겨 산 것인양 허세를 부리던 테크노파일들이 당연히 아이패드가 싫을 수 밖에요. '기술을 위한 기술'이란 죄스러운 즐거움을 뺏겨버릴테니까.

아이패드는 기술은 사라지고 오로지 컨텐츠에만 몰입할 때 찾아오는 본연의 즐거움을 되살려 주리라 봅니다.

결국 액자는 그림을 위해 존재했던 것 아닌가요? 이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액자 오타쿠였나요, 아니면 진짜 그림 팬이었나요?

스티브 잡스 덕에 인류는 핫미디어에서 쿨미디어로 거대한 일보를 내딛었습니다. 26년 전 맥을 선보이며 시작된 애플의 쿨미디어 행진이 아이패드로 이제 종막에 다다른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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