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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8일 수요일

이노베이션 선도기업의 조건

엘지 경제 연구원에서 스크랩한 글인데.. 디자이너로서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글..
몇가지 기억해야한 인용어구도 많이 등장한다.
꼭 참고 할것!

우리 기업은 선진 기업이 개발한 상품을 개량하여 신속하게 내놓는 추격자형 경영을 통해 성공해왔다. 이제는 선발자를 따라가는 캐치 업 경영만으로는 국제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생존·번영하는 일등 기업이 될  수 없다. 이노베이션 선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으로 가는 문턱에 와 있다. 비단 경제 규모 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 도약해 가는 변혁기에 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간, 우리 기업은 선진 기업이 내놓은 상품을 보다 낮은 가격, 더 나은 품질, 디자인으로 개량하여 국제 시장에 제공함으로써 성장해 왔다. 한마디로,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 성공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추격자형 경영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생존·번영하는 일등 기업이 되기는 어렵다. 요즘과 같이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시장 기회를 선점하는 선발 기업의 프리미엄이 더 커지고, 후발 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중국, 인도 등 가격 경쟁력이 앞선 신흥 개발국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지는 것도 위협적인 요인이다.


이제는 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선진 기업을 따라가는 캐치 업(Catch-up) 경영을 뛰어넘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기존 상품의 고객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여 시장을 주도하는 선도적 이노베이션 역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경영 포인트를 정리해 본다.


잠재 시장의 선행적 탐구


● 1만 시간 이상 먼저 보고 준비한다


이노베이션 선도를 위한 가장 기본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아직 시장이 드러나지 않은 잠재된 사업이나 상품 분야를 먼저 보고 미리 준비하는 탐험적 연구 노력이다.


스탠포드 경영 대학의 제임스 마치 교수는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축적하고 응용하는 학습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고 하면서, 조직의 학습 활동을 크게 ‘활용(Exploitation)’과 ‘탐구(Exploration)’라는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활용이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기존의 제품/서비스를 개량함으로써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탐구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창조하는 이노베이션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이 두 가지 능력을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의 활용에만 치우칠 경우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괜찮은 추격자(Good Follower)’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독창적인 제품/서비스 개발로 기회를 선점해 나가는 ‘이노베이션 선도자(Innovation Leader)’는 될 수 없다. 아직 드러나지 않는 분야를 연구하고 개척해 나가는 탐험적 학습 활동 없이는 고객 가치 창조를 선도할 수 없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분야를 개척하는 탐험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의 경영 활동에 대한 자원 배분 가이드 라인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구글에는 ‘70:20:10’라는 원칙이 있다. 이는 회사 자원의 70%는 현재의 주력 핵심 사업, 20%는 핵심 사업과 관련된 분야, 나머지 10%는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찾는 탐색 업무에 투자하라는 전략적 자원 배분 지침이다.


자원 배분의 지속성도 중요하다. 아직 선례가 없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성과를 거두려면,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를 얻으려는 성과 조급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멀리 보고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말콤 글라드웰이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강조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학습 원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통달한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의 훈련이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스포츠 선수, 예술가, 문학가 등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 중, 1만 시간 미만의 노력으로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낸 경우는 없다. 하루 3시간씩 집중 노력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1만 시간은 약 10년에 해당하는 학습 기간이다. 압축해서 하루 8시간의 고도의 노력을 할 경우, 숙련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약 4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구성원들이 기존에 없었던 독창적 이노베이션에 도전해서 성과를 낼 만큼 숙련된 전문성을 갖추려면 적어도 3~4년 이상은 공을 들여야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아직 선례가 없는, 잘 알려져 있는 않은 분야에 도전하여 이노베이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4년 이상을 남보다 먼저 보고 미리 준비하는 선행 연구와 학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기존에 해보지 않은 혁신적인 신사업이나 신제품을 개발하려 한다면, 관련 R&D 인력을 최소 3년 전에 미리 뽑아 준비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스마트 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도 출시 이전에 약 3년 이상의 선행 연구와 준비 기간을 거쳐 탄생되었다고 한다. 특히, 아이폰에 탑재된 운영 체계(OS)의 개발만을 놓고 볼 때, 아이폰은 10년이 넘는 기간의 선행적 연구 개발 노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이폰의 운영 체계는 과거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나와 창업한 소프트웨어 회사인 넥스트가 90년대 후반에 개발한 운영 프로그램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꿈/상상력 기반의 전략


● 시장 조사, 실증 논리를 넘어선다


독창적 이노베이션을 위한 두 번째 조건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하는 미래에 대한 꿈과 상상력이다.


통상적인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상품을 기획할 경우, 시장 조사, 다른 기업들의 동향 분석 등을 실시하고 그에 입각한 논리적 추론으로 대안을 수립한다. 수요 추이, 경쟁사 제품 사례, 실적 추이 자료 등 각종 데이터 분석 차트로 가득 찬 보고서 작성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증적 분석 논리에 기반한 접근으로는 독창적 이노베이션이 나올 수 없다. 시장 조사, 데이터 분석으로는 미래의 숨겨진 고객 니즈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고객 니즈는 고객 자신도 명확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 인터뷰나 서베이 등 시장 조사 자료에 나타나지 않는다. 또, 과거와 현재의 고객 데이터 분석으로는 기존의 연장선 속에서 이루어지는 연속적 변화는 예측할 수 있지만, 기존과 전혀 다른 불연속적인 변화는 발견할 수 없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그의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에서 주장한 한마디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현재 필요치 않는 미래 혁신으로 기업을 인도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고객과 가까이 하는 것은 점진적 혁신을 하는 데는 중요하지만, 파괴적 혁신을 하는 데는 잘못된 데이터를 줄 수도 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 패드로 이어지는 독창적 이노베이션 제품으로 연속적으로 대박을 치고 있는 애플은 시장 조사나 경쟁사 제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히도쯔바시 대학의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에 따르면, 일본 내 성공한 사업이나 상품 혁신 사례들을 연구한 결과,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주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이노베이션은 단순한 시장 조사나 시장 분석을 통해서 생겨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성공한 이노베이션 사례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준 것들이었다. 결국, 새로운 고객 니즈를 창조하는 독창적 이노베이션은 데이터로 나타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직관적 통찰력, 현재의 생각을 뛰어넘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 고객 가치에 대한 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헨리 포드는 1900년대 초 자동차가 희귀한 시절에,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대중적인 차를 꿈꾸었다고 한다. “10~20년 후에는 미국 대부분의 길에서 말과 마차가 사라지고, 우리가 만든 자동차가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며, 우리 종업원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다니게 할 것이다.” 이런 미래에 대한 꿈과 상상력이 있었기에, 컨베이어 벨트 조립 시스템과 같은 독창적 발상으로 자동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이노베이션이 가능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팔린 소니의 워크맨이 탄생한 배경에도 모리오 아키다 회장의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1970년대 중반 당시 개인용 컴퓨터가 생소하던 시절에, “누구나 살 수 있고 비전문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서 각 개인들이 자유롭게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해방의 도구를 제공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또, 2007년 아이폰 출시 배경에도 “우리는 과거 그 어떤 휴대용 기기보다 휠씬 스마트하고 훨씬 사용하기 쉬운 전혀 다른 차원의 뛰어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실험에 의한 학습


● 먼저 실험해 보고 배워서 길을 찾는다


선발 기업의 사업이나 상품을 모방할 수 있는 Catch-up 상황에 비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 상황에서는 선례가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표 1> 참조). 그 과정은 마치 짙은 안개가 자욱한 숲 속 길을 걷는 것과 같다.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사전에 정교한 계획을 세울 수 없다. 설사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전략적 확신을 가지고 실행하기 어렵다. 오히려 상세한 계획을 짜고, 확신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위한 정보 수집에 공을 들이다가는 시간 낭비로 의사결정이 늦어져 선점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전에 상세한 계획을 세우려 하기 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는 것을 중심으로 일단 행동에 옮겨 실험해 보고 그를 통해 배워서 해법을 찾아 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일단 저지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소위 ‘행동 학습(Learning by Doing)’, ‘실험 학습(Learning by Experiment)’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시간 경영 대학원의 칼 와익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사전에 상세한 계획을 세운 후 행동하기 보다는 큰 방향만 정해지면 확실한 계획이 없더라도 신속히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하였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헝가리 부대의 한 소대원들은 알프스 산맥에서 훈련 중이던 어느 날 정찰을 나갔다가 눈보라 속에 길을 잃어 동사할 위기 상황에 직면하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다행히도 어느 소대원이 주머니에서 알프스 산맥의 지도를 찾게 되었다. 나침반도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결국 본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소대장은 부대에 복귀한 후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알프스에서 길을 찾도록 이끌어 준 그 지도는 알프스 산맥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 지도였다는 것이다…” 비록 틀린 지도였지만, 그 지도로 인해 소대원들이 길을 찾아 나서는 행동이 촉발되었고, 결국은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사전 계획 수립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기본 방향만 잡히면 먼저 행동해 보고 배워서 사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사후적 합리성(Posterior Rationality)’이라고 부른다.


짐 콜린스는 ‘성공하는 기업의 7가지 습관(Built to Last)’에서, 장수하는 혁신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로 실험 정신을 꼽고 있다. 혁신 기업들에게는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그 중 잘 되는 것에 집중한다’는 실험 학습의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애플에는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는 가이드라인으로 ‘10:3:1’이라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신제품을 디자인할 경우, 디자이너들은 먼저 10개의 다른 개념의 모델을 만든다. 그 다음에는 10개의 모델 중에서 가장 적합한 3개를 고른다. 이 3가지 모델을 수개월에 걸쳐 시험하고 평가하여 최종적으로 1개의 모델을 정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인 히트 상품들이 창조된 배경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믿고 개발을 시도해 보는 기업가적 실험 정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맥나이트, 리처드 칼턴 등 3M의 역대 CEO들은, “한 번 해보게 하라, 그것도 지금 당장!”, “무엇인가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연에 의해서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없다!”고 하면서, 아이디어의 실험을 적극 장려했다. 방수용 사포, 스카치 테이프, 포스트 잇 등 3M이 창출한 수 많은 세계적 히트 상품들은 모두 다 이러한 실험 학습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이노베이션 중시의 인사

   
이노베이션을 탐구하는 실험 학습이 잘 이루어지려면, 인력, 예산, 시간 등 필요한 자원이 적절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 창의적 도전과 성과의 질을 중시한다 


우선, 성과 평가 시스템부터 이노베이션 행동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에 대한 생각부터 달리해야 할 것이다. 회사의 매출이나 수익에 당장 도움이 되는 단기 결과 중심적인 성과 관념을 탈피해야 한다. ‘이익에 얼마나 공헌했는가?’하는 결과 만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것을 개척하려는 시도, 획기적으로 고객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 등 혁신 행동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하는, 노력의 질을 보려는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실패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실패를 ‘이노베이션으로 가는 중간 과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성과 평가 철학이 필요하다. 물론, ‘게으른 실패’, ‘부주의한 실패’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실패’, ‘도전적인 실패’, ‘정직한 실패’는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한 신제품 사례들을 보면, 어떤 경우이든지 그 개발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어떤 경우에는 과거에 실패한 제품이 신제품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이런 면에서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필연적인 학습 과정이다.  실패는 없지만 도전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당장 결과는 안 좋더라도 이노베이션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기회를 주는 성과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소니는 1980년대 후반에 ‘NEWS’라는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하였으나, 시장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소니의 경영진은 개발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었다. 이들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학습한 기술적 경험과 실패로부터 배운 지식을 중시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제품이 바로 ‘VAIO’ 노트북 컴퓨터였다. 최근 소니는 과거에 비해 많이 침체되어 있는 모습인데, 이러한 이노베이션을 고무하는 문화가 예전만 못한 것이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평범한 민간 기업(시마즈제작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는, 그의 연구 결과를 ‘실수에 의한 우연한 발견’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런 우연한 발견을 가능케 했던 핵심 동인은 미지의 분야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실패나 실수를 포용해준 회사의 경영 풍토라고 하였다. “나는 실험을 거듭하면서 많은 실패를 했습니다. 연구비를 낭비한다고 질책하는 회사였다면 벌써 해고됐을 것입니다. 경영진은 미래에 활용할 만한 신기술이라면 어떤 것을 연구해도 좋다며 예산을 배정해 주었습니다.” 시마즈제작소는 의료기기 등을 개발·판매하는 회사였는데, 다나카의 연구팀이 개발한 기기(질량 분석기)는 몇 대 안 팔려 회사 성과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사상 불익을 주지 않고, 연구를 계속 하도록 배려해주었다.


성과 목표 부여시 이노베이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성과 책임을 배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컨대, 매년 매출의 30%를 최근 4년내에 개발된 신제품으로 채우게 하는 3M의 ‘30% 룰’이 여기에 해당된다.

 

● 이노베이션 기질을 보고 채용한다


사람을 뽑는 채용 기준도 바뀔 필요가 있다. 남보다 앞서 이노베이션을 선점하려면, 미지 세계에 대한 호기심, 모험 정신, 스스로 일을 만드는 주도성 등 혁신가적 기질을 가진 구성원들이 많아야 한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제프리 다이어 교수는 혁신가의 기질적 특성을 5가지로 제시하였다(<표 2> 참조).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여 조합하는 ‘연상력(Associating)’, 기존의 지배적 사고와 현상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Questioning)’, 현상에 숨어 있는 것을 보는 ‘관찰력(Observing), 끊임없이 실험하는 모험적 ‘실험 정신(Experimenting)’,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여 아이디어를 얻는 ‘네트워킹(Networking)’이다.


이러한 혁신가적 특성을 가진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진 기질적 특성을 심도 있게 검증할 수 있도록 인재 채용 프로세스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인턴십, 관찰, 다단계의 심층 면접과 같이 사람의 특성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선발 프로세스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단지, 이력서에 나타난 경력 요인만을 우선시 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학력이나 학벌 중심의 채용은 지양될 필요가 있다. 물론 학력은 중요한 요인이긴 하다. 학력은 성실성, 논리력, 분석력 등 좌뇌적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일 수 있다. 그러나, 상상력, 모험정신, 호기심 등 독창적 이노베이션에 원천이 되는 우뇌적 역량을 상징한다고는 볼 수 없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민츠버그 교수는 “경영자는 MBA가 아니다(Managers Not MBAs)”라는 저서에서 미국 경영 대학원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경영 대학원에서는 현장 경험이 약한 젊은 층을 상대로 논리와 분석 중심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직관, 경험, 상상력을 활용하는 면은 도외시 된다는 것이다. 그 교육을 받은 젊은 엘리트들이 기업으로 들어가면, 논리와 분석 중심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직관, 상상력 등 독창적 이노베이션에 필요한 우뇌적 능력은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츠버그 교수는 MBA를 ‘경영학 석사(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가 아니라 ‘분석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Analysis)’이라고 꼬집었다.

 

눈에 안 보이는 가치를 보는 능력


● 리더가 생각을 열고 흡수 능력을 키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노베이션 선도 요건은 의사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리더들의 흡수 능력이다. ‘흡수 능력(Absorptive Capacity)’이란 어떤 지식이나 정보, 아이디어의 가치를 알아보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리더가 흡수 능력이 부족하면, 조직 내부 또는 외부로부터 훌륭한 이노베이션 아이디어가 제안되더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제품 혁신이든 기술 혁신이든 선례가 없는 독창적 이노베이션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수 많은 시행착오를 동반하는 블랙 박스이다. 마치 고고학적 탐사와 같이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발견할지조차 알 수 없는 매우 불확실한 과정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제한된 정보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리더가 아이디어의 잠재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과 통찰력이 없으면, 선도적 이노베이션 활동은 추진되기 어렵다. ‘그거 해서 성공하겠냐?’, ‘성공할 수 있는 근거를 대라!’, ‘그거 별거 아니야!’라는 식으로 폄하하면 이노베이션의 싹이 죽을 수 밖에 없다.


리더의 흡수 능력 부족으로 이노베이션 아이디어의 잠재 가치를 경시하여, 선도적 사업 기회를 놓친 사례들이 많다. 예컨대, 1875년 3월,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후, 웨스턴 유니온사를 찾아가 경영층에게 시연하고, 사업 의사를 타진하였으나 거절 당하였다. “당신의 발명품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나, 우리가 보기에는 상업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전자 장난감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나중에 벨은 직접 회사(AT&T)를 세웠고, 전화 관련 발명 특허는 역사상 최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창업 이전에 ‘디이쇼(D.E. Shaw)’라는 월스트리트 헤지 펀드 회사에 근무하였다. 당시, 베조스는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변화 물결에 대해 주목하다가 인터넷 서점이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되었다. 이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회사에 제안하였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결국, 베조스는 회사를 나와 아마존을 창업하였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하였다. 미래 관점에서 이노베이션 아이디어의 잠재된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의 부재로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노베이션 아이디어의 가치나 눈에 안 보이는 기회를 읽어내는 흡수 능력은 관련 분야에서 사전적으로 축적된 지식에 비례한다. 흡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하는 학습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끊임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 가는 ‘학습하는 리더(Learning Leader)’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리더 자신의 과거 체험에 근거한 자기 중심의 시각이 아닌,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생각의 유연성을 키워야 할 것이다.


고대 중국의 철학자 장자(莊子)는 ‘무용지용(無用之用)’, ‘소용지이(所用之異)’라고 하였다. 무용지용이란, ‘언뜻 보기에 무용하게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유용하다’는 의미이다. 소용지이란, ‘사물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노베이션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독창적 아이디어의 발현 못지 않게, 그에 내재된 숨어 있는 가치를 간파하는 경영진의 통찰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끝>

2010년 4월 7일 수요일

한국에 스티브 잡스가 없는 이유

2010년 3월 30일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키워보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발표됐다. 그 과감한 발상은 지식경제부에서 나왔고, 골자는 다음과 같다. 고교, 대학(원)생 중 우수한 학생 100명을 선발하고, 3단계 관문별 탈락제를 통해 최종 10명을 다시 선발해 그들에게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해서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질까. 이 계획은 불발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첫째,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 이 시기에 학생이라 해도 저 같은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잡스의 도전과 혁신으로 일관된 인생을 생각해볼 때, 그는 남이 정해 준 게임을 따라간 사람이 아니라, 늘 스스로 자신만의 게임을 창조하고 거기서 남이 흉내낼 수 없는 새로운 성공의 방정식을 만들어나간 사람이었다.

둘째, ‘실패’에 대한 정부 정책의 태도 때문이다. 혁신가로서 잡스의 인생은 실패가 실패의 뒤를 이었다. 최근 그의 대성공은 거의 막판 역전 드라마와 다름 없다. 그는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 적까지 있는 인물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그는 PC시대를 독점한 MS와 빌 게이츠에 철저히 밀려 있었다. MS의 윈도우가 선을 보이기 이전에 애플 맥킨토시에서 최초의 대중화 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만들어 놓고도 ‘루저’ 중에 루저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3단계 관문별 탈락제? 실패를 ‘성장의 과정’이 아닌 ‘자격의 부족’으로 보는 문화와 제도가 지속된다면 ‘탁월한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일궈낸 잡스 같은 인재를 탄생시키기는 어렵다.

이같이 기존 사고의 답습판과 다를 바 없는 소트프웨어 산업 육성책, ‘한국판 스티븐 잡스 만들기’가 정부 정책으로 발표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정부가 IT를 대입용 수능 과목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바이벌 게임으로는, IT 천재, 전략적 IT 산업은 육성되지 않는다. IT는 대입용 수능 과목이 아니라 ‘예술’이기 때문이다.

지난 IT의 역사를 생각해보자. IT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 MS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리고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레리 페이지 같은 인물들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것은 그 시대의 IT를, IT의 그 시대를 정의하고 선도할 수 있는 ‘사고의 혁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MS의 빌 게이츠는 PC의 시대를 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IT와 미디어를 융합시켰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는 정보 민주화의 혁명을 일으켰다. 시애틀의 유력한 자산가인 아버지를 둔 빌 게이츠는 조금 예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배고프고 가진 것은 머리와 열정, 이상 밖에 없는 처지에서 출발했다. 거대 자본력도 없는 이들이 단순한 성공이 아닌, 시대를 흔드는 혁신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사고’ 때문이다.

이것은 예술과 상통하는 바가 크다. 인상파 화가 피카소를 생각해보자. 그가 그림을 잘 그렸기 때문에 그렇게 인정을 받은 것인가? 아니다. 그는 ‘잘 그렸다’라는 것이 무엇인 지를 다시 정의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은 것이다. 예술사에서, 위대한 예술가는 항상 그와 같았다. ‘잘 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잘 하는 것이 무엇인 지를 다시 정의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앞서 보 듯 엇비슷한 맥락의 역사가 IT에서도 반복됐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패러다임을 뒤집는 ‘예술적 사고’가 IT를 이끌어 왔다. IT는 예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에도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만든다’는 생각을 버리자. 인간의 창조성이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언어학을 배운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MIT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현대 언어학을 새로 쓴, 촘스키는 말했다. ‘언어는 본능’이라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그 것이 다시 인간을 정의한다고. 그리고 그가 말한 언어의 특성이란 다른 종의 동물이 따라잡거나, 기계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무한한 창조성’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 창조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따라서 문제는 창조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창조성을 죽이는 제도와 문화다. MIT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스터 써로우(Lester Thurow)가 2001년 3월 28일 대만에서 “지식 기반 경제와 글로벌 경쟁: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의의 말미에서 써로우는 급성장하는 아시아가 지식 기반 경제가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에서 주도권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교육을 지적했다. 여기서 다시 교육을,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좀 더 폭넓게 재정의해보면, 오늘날 우리는 써로우의 경고와 조언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정책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분명하다. ‘더 쉽게,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육성하는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의 정반대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그는 표준화된 공장의 제조 방식에 의해서 나올 수 없는 인물이다. 대신, 고유한 창조성과 도전 정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건설해 준다면, 그들이 알아서 그 날개를 펼 것이다.

그 ‘희망’의 근거는 있다. 우리에게는 IT가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인 세대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어를, 성장한 이후 외국어로 배운 사람들에게는 그 언어를 창조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엄청난 도전이겠지만, 그 언어를 모국어로 배운 사람들에게는 그저 ‘본능’이다. 그리고 우리는 IT를 본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술로 활용할 수 있는 수 백만의 인력, 자라나는 넷 세대(Net generation)을 가지고 있다.

작년 수도권 버스 관련 정보 애플리케션인 ‘서울버스’를  만들어 내 아이폰 앱스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고교생 개발자 유주완 같은 인재들이 그 수 백만 중 일부일 수 있다. 이미 다 죽은 것 같은 고목이라 할 지라도, 단 한 송이의 꽃이라도 핀다면, 뿌리가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 IT에 희망은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아직 ‘미래’는 남아있다. 남은 길은 그 가능성의 씨앗들이, 실제 열매로  맺어질 수 있는, 더 쉽게, 더 빨리, 더 많이 실패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기반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디지털에서 태어나고 세계화가 되어 가는 시대에 자라난 이 세대들에게 인간과 기계, 사회와 기술이 하나로 통합되는 새로운 세계인 소셜 웹(social web), 이 플랫폼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심어주고 그들이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탁월한 실패를 통해 혁신과 창조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장을 세워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 30일에 발표된 전시용 이벤트, 서바이벌 게임을 넘어선 것이다. 그 것은 창조와 혁신을 위한 생태계(ecosystem), 그리고 소셜 아키텍쳐(social architecture)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이라면, 한국의 스티븐 잡스가 아니라 그 이상을 꿈꿔보는 것도,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IT, 그리고 그 IT가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사회적 인프라를, 미래를 꿈꿔보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2010년 4월 3일 토요일

아이패드의 진짜 의도는 '아이패드'를 없애는 것

우리가 알고 있던 컨텐츠, UI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끔 만드는 글....
아이패드 나오면 또 지름신이 강림하시겠는걸, ㅎㅎㅎ





아이패드가 왜 아이패드를 없애냐구요? 아이패드에는 홈버튼 외에 별다른 조작버튼이 없습니다. 대신 스크린을 직접 터치하거나 기울이거나 혹은 흔들어 컨텐츠를 조작하고 브라우징합니다.

일반 컴퓨터에서 웹페이지를 브라우징하려면 각종 버튼을 조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웹페이지 위에 손가락을 얹은 뒤 밀어 올리거나 끌어 내립니다. 다시 말해 당신의 손으로 웹페이지를 직접 어루만지는 것입니다. 지난 겨울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 현장에서 아이패드를 써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아이패드가 아니라 마치 웹문서를 들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사진, 그림, 문서, 책, 동영상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인터넷 컨텐츠는 컴퓨터 모니터와 UI의 테두리에 갇혀있는 '무엇'이었습니다. 어쩔수 없었지요. 컴퓨터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각종 버튼이 없으면 곤란했으니까..

하지만 아이패드는 이를 화면을 직접 터치하거나, 기울이거나 혹은 흔들거나 하는 방법으로 UI 자체를 바꾸어버렸습니다.

이런 새로운 제스처 기반의 UI 가 사용자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는 놀랍습니다. 컴퓨터를 들고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웹페이지 자체, 뉴욕타임스 자체, 책 자체, 사진 자체 그리고 동영상 자체를 들고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지요. 물론 상당수 개발자들이 아이폰 앱에도 즐비하게 버튼을 붙여놓은 것을 보면, 아직 제스처 기반의 UI가 제대로 이해되지는 못한 듯 합니다만...

따라서 아이패드가 제 역할을 해 낸다면 아이패드는 사라지고 오로지 컨텐츠만 남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보며 우리가 텔레비전이라는 기계를 보나요? (LG의 세리에 1처럼 컨텐츠 대신 세트의 장식효과에 집중한 텔레비전도 있기는 합니다.) 우리는 그 안의 컨텐츠에만 몰입되기를 원하지요. 아이패드는 바로 이를 위해 태어난 기기입니다.

가히 컨텐츠의 제왕인 미디어 기업들이 환호를 내지를 수 밖에 없는 기기인데요.. 이러니 사실은 오디오광이면서 음악팬이라 자처했던 사람들, 사실은 기계가 좋아 새 컴퓨터를 질렀으면서 무슨 새로운 쓸모가 생겨 산 것인양 허세를 부리던 테크노파일들이 당연히 아이패드가 싫을 수 밖에요. '기술을 위한 기술'이란 죄스러운 즐거움을 뺏겨버릴테니까.

아이패드는 기술은 사라지고 오로지 컨텐츠에만 몰입할 때 찾아오는 본연의 즐거움을 되살려 주리라 봅니다.

결국 액자는 그림을 위해 존재했던 것 아닌가요? 이제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액자 오타쿠였나요, 아니면 진짜 그림 팬이었나요?

스티브 잡스 덕에 인류는 핫미디어에서 쿨미디어로 거대한 일보를 내딛었습니다. 26년 전 맥을 선보이며 시작된 애플의 쿨미디어 행진이 아이패드로 이제 종막에 다다른 느낌이군요.

2010년 3월 3일 수요일

The Experience Imperative: A manifesto for industrial designers

제품디자이너라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정말 잘 얘기해주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글...





글. 켄 프라이(Ken Fry)


디자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거의 줄곧 인터랙션 디자인 작업을 해왔지만, 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세계 양자에 다리를 걸치고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산업 디자인 업계가 쇠락의 길로 빠져드는 가운데, 반대로 인터랙션 디자인은 번영을 구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나는 산업 디자인 작업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 디자인 분야의 회복을 위해 새로운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산업 디자인의 핵심은 욕망의 오브제를 창조하는 데 있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이러한 인식은 계속해서 강화되어 왔는데, 그것은 제품이 지닌 표면적인 아름다움만을 찬미했을 뿐 그것을 존재케 하는 인간적 맥락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디자이너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들이 제품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곤 한다. 또한 자신이 창조해낸 인공적 산물의 문화적 관련성이나, 자신의 디자인이 초래하는 사회적/환경적 영향 역시 무시하긴 마찬가지다. 이러한 병폐가 디자인 교육을 오염시키고 고객들을 현혹시키도록 방치해온 것이다. 문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 산업 디자인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 몇 마디 새로 덧붙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산업 디자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변화를 위한 자극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빈 샴푸통이 매립지행 쓰레기 신세로 던져진 첫 순간, 관절염에 시달리는 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지 못하는 순간, 혹은 카메라가 찰나의 정서를 필름 위에 포착해내지 못한 첫 순간, 산업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역할을 고찰할 기회란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제품의 사용자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제품에 깃든 폭넓은 경험이다.

반가운 소식은, 이미 많은 산업 디자이너들이 변화의 필요성, 변화의 방향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디자인 분야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산업 디자이너란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응답할 수 있는 존재다. 산업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직업을 재정의할 수 있는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이를 위한 열 가지 지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아름다운 물건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험을 디자인하라 
겉보기엔 아름답지만, 문화적으로 불쾌하고 사회적으로 빈약하며 환경적으로 무책임하고 쓸모 없고 엉망인 물건들이 산재해 있다. 자신이 만드는 인공물의 모든 맥락을 곰곰이 생각해 보라. 그 제품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어디서 누가 사용하는가? 사용자의 실질적인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주는가? 또한 물건 이면의 의미 역시 고찰해야 한다. 그 제품이 미칠 정서적, 문화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은 무엇인가? 이렇듯 한층 더 넓은 맥락과 의미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물건은 하찮게 되고 말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맥락과 의미가 경험을 규정한다. 특정 물건을 넘어 생각하고, 사용의 모든 맥락을 고려하라. 이러한 맥락과 경험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될만한 디자인 공정을 적용하라. 또한 물건에 기반한 결과 대신, 경험 중심의 해법을 지향하는 작업을 실행하라.

2. ‘무엇’이라고 묻지 말고, ‘왜’라고 질문하라 
디자이너들은 종종 서류 상의 엄격한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물건을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산업 디자이너로서 요청 받은 작업의 내용이 ‘무엇’인지만을 고려한다면, 두 눈을 감고 디자인을 대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탄생한 물건 역시,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요소들이 결여된 것에 불과할 것이다. 무엇을 디자인해야 할지 적어 놓은 요청서를 받게 된다면, 다음부터는 ‘왜’라고 질문해 보자. 왜 누군가에게 이 제품을 사용하라고 권유해야 하는가? 특정한 시장 상황을 위해 이런 제품을 만드는 것이 왜 꼭 필요한가? 특정 기술을 왜 수용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당신이 얻은 답변들은, 물리적인 제품의 범위를 넘어 경험의 영역에 들어서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열어줄 것이다. ‘왜’라고 질문하라. 그 순간, 경험이 살아 있는 제품의 세계에 닿게 될 것이다.

3. 경험으로 시작해 경험으로 마감하라 
종이에 스케치부터 하기 전에,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고 공감하자. 현대의 테크놀로지에 의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새로운 디자인 솔루션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고객의 집과 일터를 찾아가서, 그들의 동기를 관찰하고 파악하며, 그들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라. 그런 다음 그 경험을 글로 적어 보자. 관찰한 경험을 글로 표현해 하나의 서사로 발전시키고, 기능성과 행동 부분에 주목하자. 마지막으로, 당신이 만난 이들을 흡족하게 해줄 경험을 만들어보자. 몇 가지 솔루션의 견본을 만들고, 사람들이 그 디자인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살피며, 그들의 관점을 파악한 뒤, 의미 있는 경험을 가능케 할 새로운 디자인 솔루션을 개발하라.

4. 재능은 실패하고 지혜는 성공할지니, 현명함을 지녀라 
디트리히 되르너(Dietrich Dorner)는 그의 책 <실패의 논리 The Logic of Failure>에서 “천재는 날 때부터 천재인 반면, 현자는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 최적의 방법으로 문제를 다룰 능력은 천부적 재능보다는 지혜의 특징이다.”라고 제시하였다.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좋은 디자인 솔루션을 견인하기란 불가능하다. 훌륭한 디자인은 천부적 재능이 아닌 지혜의 산물이다. 그러니 사용자들의 경험에 몰두하라. 그들이 하는 대로 하고, 그들이 사는 대로 살아라. 그들의 욕구와 고통을 예민하게 감지하라. 그리고 현명함을 지녀라.

5. 단순성을 유지하라
단순하면서도 사용자에게 풍성하고 의미 있는 물건이나 경험을 디자인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선, 제품의 용처와 사용 방식을 이해하여, 제품의 가치 및 맥락이 지닌 복잡성을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런 다음 혼란을 줄이고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며 일을 진척시킴으로써 디자인을 단순화하라. 연구와 고찰, 훈련 등을 통해 필요한 바를 숙지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자. “지식은 모든 것 더 단순히 만들어준다”는 존 마에다의 말을 실행에 옮겨라.

6.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에서 역동적 사고로
물리적 차원에서의 제품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동결되는 것이 아니다. 즉 디자인 공정이란 디자인 솔루션이 디자이너의 손을 떠나는 순간이나 제품이 공장에서 출고되는 시점에 종료되지 않는다. 제품은 사용을 통해 변화하고 적응하는 살아 있는 인공물이다. 고객이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 그 제품을 새로운 특성을 얻게 된다. 이러한 작용은 외면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나는 새로 산 물병에 내 이름을 써넣었다”), 수동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하며(“바닥에 수십 번을 떨어뜨린 바람에 내 물병은 찌그러져 있다”), 때로는 좀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일어나기도 한다(“생활 습관을 바꾼 나는 이제 내가 마실 물병을 온종일 갖고 다닌다”). 우리가 해야 할 도전은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적응하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된다. 시간의 흐름 속에 쓰이는 디자인을 스토리보드로 스케치하라. 그 제품의 작용을 스케치하고, 제품이 사용자의 맥락 및 환경에 반응하는 방식을 스케치하라. 제품의 참여와 소통의 방식을 디자인하라.

7. 반복을 통해 과정을 이끌어라: 더 빨리 일하고, 더 자주 변화하라
펜 끝에서 단번에 올바른 디자인이 나오리라 기대해선 안 된다. 좋은 제품 디자인이 거듭되는 반복을 요하는 것이라면, 좋은 경험의 디자인이란 그보다 더 많은 반복을 필요로 한다. 경험의 디자인이란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디자인하는 사물은 사용자의 동기와 행동의 시스템 안에 존재하며, 맥락상의 제약과 기회의 요소 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려면, 보다 신속하게 움직이고 보다 빈번하게 변화해야 한다. 스케치의 형태로 디자인의 대체적인 개요를 신속히 표현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들이밀어라. 그런 다음, 그것을 수정하라. 다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다시 수정하라. 작업을 진행하며 디자인의 목표 지점이 바뀌는 일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8. 작업을 즐겨라
훌륭한 제품이란 즐거운 경험을 주기에, 디자인하는 과정 역시 즐거운 일이다. 기쁨과 열중, 재미와 보람의 순간들이 어우러지는 것. 이는 디자인 솔루션뿐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행위와 실행 작업 그 자체이기도 하다. 피곤한 공정에 얽매이는 부담을 벗어 던지고, 창작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창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디자인 작업을 즐거운 게임으로 전환시켜, 동료들과 함께 푹 빠져들어 보자.

9. 다른 길로 우회하지 말고, 디자인의 목표 지점에 작업 과정을 맞추어라
산업 디자인의 공정은 지난 백 년간 진화하고 성숙해 왔다. 물리적 의미의 물건에만 주목하는 산업 디자이너는 기존의 정확하고 검증된 방법에 의존하려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람들은 제품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제 우리는 디자인 공정을 확 뒤집어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낡은 습관을 고수하면서 사용자의 경험에 대해 타협하는 대신, 디자인의 과제에 작업 과정을 맞추자.

10. 나만의 역량이 아닌 경험을 수호하라
낯설거나 모호한 디자인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자기만의 역량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경향이다. 이러한 충동에 저항하면서 새로운 역량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상의를 하면서, 자신이 만들어내는 경험 이면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생활 속에 살아 숨쉬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데 전문가인 민속지학자와 얘기를 나누어라. 제품과 사람들의 행동 양상을 마음 속에 그릴 수 있는 인터랙션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라. 그리고 역량이라는 사슬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켰다면, 자신을 이렇게 불러 보는 것은 어떨까. 경험의 디자이너(experience designer)라고 말이다.



켄 프라이 아티팩트(Artefact)의 디자인 디렉터. 디자인 컨설팅사인 아티팩트는 첨단 가전제품, 커뮤니케이션,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 클라이언트들과의 작업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연구하고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와 테크놀로지 제품을 디자인해왔다. 켄 프라이는 아티팩트에서 활동하기 이전, 약 12년간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부문을 넘나들며 사용자 경험 관련 그룹을 이끈 바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내의 다른 부서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디자인의 규정 및 표준 연구 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2010년 3월 1일 월요일

사소한 UX와 혁신적 UX

UX 디자인이 1인칭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 맘에 와닿는데......

 

 

 

[지디넷코리아]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달리는 속력만 따지면 토끼가 더 빠르다. 하지만 육지가 아니라 바다라면 거북이가 이긴다. 그렇다면 핸드폰은 제조사가 잘 만들까 아니면 서비스 회사가 잘 만들까? HW만 따진다면 제조사가 잘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과거 산업 혁명 시대의 얘기일 뿐 지금은 환경이 육지에서 바다로 바뀌었다고 할 만큼 시대는 변화했다.

 

HW만 잘 만들었으니 알아서 쓰라는 식의 접근보다는 사용자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UX)하는 서비스 정신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기계로 찍어 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설사 보인다고 하더라도 매우 사소한 것들이라 혁신적 UX를 강요하는 리더에게는 하찮게 보여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들이다.

 

혁신적인 제품에는 혁신적 UX가 없다

혁신적인 제품에는 혁신적 UX가 없다. 다만 사소한 UX가 사용자를 편하고 익숙하게 만들뿐이다. 바꿔 말하자면 혁신은 사소한 UX에서 비롯되지만 혁신적 UX가 혁신적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혁신적 UX는 사소한 UX가 만들어내는 신기루일 뿐이다. 혁신적인 UX는 기존 것과 너무 달라서 불편하다. 이를 테면 버튼모양을 특이하게 만들거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사용자는 그 버튼을 누를 때마다 은근한 불편함을 겪는다. 불편한 UX는 혁신보다는 심신에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반면 사소한 UX는 기존의 익숙함은 유지하면서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만큼 사소한 개선이 적용되어 새로운 제품을 쓰더라도 새 차를 모는 것처럼 사용자는 금방 운전에 익숙해진다. 사소한 UX가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직접적으로 접하지 않는 제품의 비사용면에도 적용되면 그 사용자의 품격과 제품의 브랜드 UX를 높일 수 있다.

 

제품의 비사용면은 제3자에겐 브랜드 UX 전략

 

제품의 비사용면은 핸드폰의 뒷면, 노트북의 바닥이나 덮개면 같이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직접적으로 접하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다. 지금 쓰고 있는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뒤집어 보라. 얼마나 보기 흉한지를 눈으로 확인해보라. 그런 제품의 비사용면들은 그 사람 주변의 제3자의 눈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노트북의 경우 사용자는 모니터와 키보드만 본다고 생각하지만 노트북을 들고 다닐 때는 뒷면도 보게 되며, 프리젠테이션을 할 경우 청중들은 노트북 덮개를 보게 된다. 핸드폰의 경우, 제3자는 그 핸드폰의 뒷면을 본다.

 

필자는 애플이면 무조건 OK하는 광신도는 아니지만 UX측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제품의 비사용면 조차도 신경 쓰는 회사는 단연코 애플이다. 애플은 제품의 앞면뿐 만 아니라 뒷면이나 겉면 등 사용자가 직접 인터렉션 하지 않는 사소한 면도 매우 신경 쓴다.

 

또한 애플은 아이폰의 거울과 같은 매끄러운 뒷면 처리를 위해 최고의 기술자를 투입했다고 한다. 그런 멋진 뒷면에 사용자도 매력을 느끼지만 이런 사소한 UX를 간파한 애플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회사 브랜드 광고가 되는 제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 뒷면을 매끄럽게 다듬는다고 해서 브랜드 UX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UI는 흉내 낼 수 있어도 UX는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UI는 모방할 수 있어도 UX는 모방할 수 없다

 

UI는 제조사가 설계한대로 만들어지므로 타사의 UI를 그대로 흉내 낼 수 있지만 UX는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인터렉션이기 때문에 흉내낼 수 없다. 인터렉션은 그 제품을 쓰는 사용자에 대한 수없이 많은 관찰과 분석이 있어야 만들어 지는 것이다.

 

어느 UX 전문가는 휴대폰을 디자인하기 위해 제작하려는 휴대폰의 크기와 무게가 똑같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수개월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최근 출시된 핸드폰의 경우 지나치게 길쭉하거나 얇은 것이 있는데 과연 그런 UX 프로세스를 거쳤는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휴대폰을 모두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여자는 핸드백에 휴대하는 사소한 습관의 차이가 있다. 이런 사소한 휴대 습관 차이를 감안하면 남자용 휴대폰과 여자용 휴대폰도 따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UX는 3인칭 시점이다

 

UX를 모방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UX를 1인칭 시점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1인칭 시점으로 해석하면 만든 사람의 입맛에만 맞는 제품이지 제3자, 사용자에게 맞는 제품은 아니다. UX를 얘기할 때도 1인칭 시점으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그 스마트폰을 써봤더니 UX가 형편 없더라'는 식의 표현은 UX가 아니라 그 사람 혼자만의 제품 체험담일 뿐이다. UX는 제3자, 즉 사용자가 그 제품을 사용할 때 어떻게 인터렉션할 지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그래서 UX는 3인칭 시점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즉, 이 제품을 사용하는 타겟 유저가 제품을 보거나 이용할 때의 느낌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고 제품의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UX다.

 

정리하며

사용자는 혁신적인 것 보다 사소한 배려에 더 큰 만족과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사소한 UX는 적은 노력만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사소한 UX는 피땀 어린 사용자의 관찰과 분석의 결과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UX를 기계로 찍어 낼 수 있다는 제조적 사고는 매우 어리석은 발상이다.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의 방망이를 기계로 똑같이 깎으면 된다는 식이다. 프로세스가 잘못되면 결과물에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 결점이 드러난다. 사소한 UX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2009년 10월 31일 토요일

빠른 사람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거북이와 토끼는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동화 속에서나 토끼가 낮잠을 자서 경기에 지고 마는 것이지 현실에선 절대 지지 않는다. 일하는 속도는 성공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꼼꼼한 완벽주의자보다 과감한 실천주의자들이 더 빨리 성공에 이른다.

주저하고 뜸들일게 아니라 과감히 실행하고 깨지고 다치더라도 그 속에서 더 나은 답을 빨리 찾는 게 낫다. 너무 신중한 사람들이 일을 늦게 한다. 아니면 신중하지도 못하면서 일하는 속도가 느리다면 그것은 일 자체를 잘 못하는 사람이 분명하다.

하루종일 바빠 보이는데도 막상 결과물은 별로 없는 사람이 있고, 여유를 가지면서도 아주 많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사람도 있다. 둘의 차이는 일하는 스피드다. 몇 시간을 일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스피드는 업무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같은 보고서를 만드는데 하루종일 걸리는 사람과 반나절 걸리는 사람의 업무생산성과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빠른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냐고? 그 말도 맞다. 다만 그 말이 맞으려면 정말 확실하게 제대로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거면 빠른 것이 비즈니스에선 훨씬 낫다. 빨리 해놓고 공유하고 검토받고 다시 수정보완하는 것이 비즈니스 업무에선 최선이다. 빨리하고 놀자는 게 아니라, 빨리해야 완성도를 높일 검토와 수정보완할 시간도 버는 것이다.

자기가 준비하는 내용이 확실하게 자신있는 게 아니라면 상급자에게 빨리 보고하고 수정보완할 점을 지적받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효율적이다. 비즈니스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팀플레이 하는 거다. 공유하고 검토받고 지적받는 과정을 많이 거치면 거칠수록 내용은 보다 탄탄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하는 속도를 빨리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일을 빨리하는 것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다. 자신의 가치를 키우는 최고의 무기가 바로 스피드다. 일을 빨리 할 수 있으면 이로운 점이 많다.

첫째, 정해진 업무를 끝내고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매일매일 업무에 짓눌려 자기계발을 전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늘 불안하다.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으니 불안하면서도, 막상 현실에 짓눌려 일상에선 불안할 틈도 없다.

그러다 서서히 도태되어 불안이 현실이 돼버린다. 그러니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잠 안자고 자기계발할 순 없으니 일을 최대한 빨리해서 자기계발에 쏟자. 매일 야근하고 주말마다 회사일해서는 절대 자신의 내일을 위한 투자는 어림없다. 일을 빨리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둘째, 일을 빨리하면 그 일을 다시 되짚어보며 더 꼼꼼하게 수정보완할 여유도 생긴다. 시간 빠듯하게 겨우 일을 끝내는 사람에겐 수정보완이나 재검토할 여유가 있을 리 만무하다. 글은 자꾸 고치고 다듬으면 더 좋아지듯, 보고서 쓰기나 각종 업무의 문서작업도 마찬가지고 기획도 마찬가지다. 업무능력이 높은 사람치고 일을 끝내고 수정보완과 재검토를 거치지 않고 한방에 끝내버리는 이는 별로 없다. 이것도 결국 일을 빨리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거다.

셋째, 일을 빨리하면 사람도 돌아볼 수 있다. 업무를 하다보면 주로 클라이언트나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일에 치여서 정해진 업무 끝내기도 빠듯하다면 어디 사람 신경 쓸 겨를이나 있겠나. 일을 빨리하면 여유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에 사람들 신경써서 보다 원활한 업무처리환경을 만든다.

넷째, 정해진 업무만 해서는 돋보이기 어렵다. 정해진 업무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일을 빨리 할 수 있으면 기본에 플러스알파를 할 수 있다. 회사를 위한 제언이나, 추가적인 사업아이디어 등 보다 창의적인 기획과 제안을 회사에 하려면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일을 빨리하면 결국 이런 일 할 시간도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일을 빨리 할 수 있나?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일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일을 하다가 잘 모르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자료를 찾아보든 동료나 상급자에게 묻건 그 일을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혼자 머리 싸맨다고 나올 수 있는게 아니라면 최대한 빨리 도움을 청해라.

도움 청하는 것을 주저하지마라. 좀 챙피하고 무안당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도 많이 배운다. 일을 제대로 이해하면 뭘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도 알 수 있다. 일을 빨리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뭘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에서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많이 하게 된다. 모르면 물어라. 자료도 찾아봐라. 모르는걸 숨겨선 절대 일의 속도가 늘지 않는다.

두 번째 필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산만하게 이것저것 다 신경 쓰고 담배도 피러갔다 문자도 보내는 사람은 일의 속도가 빠를 수가 없다.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고 다른 것을 다 잊어버려라. 짧은 순간이라도 그런 집중을 해야만 진짜 일이 된다. 집중력은 스피드를 올리는 핵심요소다.

그 다음엔 데드라인이 필요하다. 발등에 불 떨어지면 더 잘된다. 모든 일에 마감시간을 정해두고 일을 하라. 무조건 그 시간을 지키도록 하고, 시간 내에 처리된 것만으로 일을 완료시키는 습관을 들여라. 그러면 스피드는 무조건 올라간다.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하면 곤란하다. 일할 때만큼은 스스로를 보다 타이트하게 만들어라. 그래야만 일을 빨리하는 습관도 만들어진다.

일을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신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좋은 경쟁력이 된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누리고, 더 많은 여유도 가지고, 더 많은 성과도 얻게 된다. 그렇다고 날림으로 빨리빨리만 외치진 마라. 내용이 충실한 채 스피드를 높이는 것이지, 스피드 자체가 핵심이 아니다.

성공을 하려거든 실패를 하라!

성공을 하려거든 실패를 하라! : 최고의 강타자들도 10번 중 3번 정도만 안타를 친다

앞서나가는 기업, 앞서가는 개인들의 공통점은 실패를 많이 하는 것이다.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이해되지 않는다고? 아니다. 실패없이 순탄하게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은 없다. 하나의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선 수없이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쉼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진정 자신의 목표에 이르는 성공을 맛본다.


성공한 기업과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시도를 한다. 하나의 성공을 위해 다수의 실패도 겪는다. 큰 성공일수록 그에 따를 실패도 크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것이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한번의 큰 성공이란 수십번의 작은 실수와 실패 후에 온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에게 허용되는 수만큼의 실수와 실패의 기회를 누리는 것에 대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실패가 성공을 위한 최고의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최고의 강타자들도 10번 중 3번 정도만 안타를 친다. 못친 7번의 시행착오와 실패가 약이 되어 3번의 안타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타석에서의 실수나 시행착오를 되새겼다가 다음 타석에선 실패에서 배운 교훈으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최고의 타자들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홈런타자들일수록 삼진아웃도 많이 당한다. 최고의 홈런타자라 하더라도 실제 그들이 타석에 들어선 숫자에 비해 홈런수는 지극히 적다. 수많은 아웃카운트를 통해 하나의 홈런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엄밀히 따지면 성공보다 실패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이 힘찬 스윙을 통해 홈런도 얻지만, 반대로 헛스윙을 하거나 자신이 바라지 않는 공을 놓쳐버려 스트라이크아웃이 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스윙이 크면 클수록 파워는 실리지만 정교함은 떨어질 수 있다. 홈런을 얻으려고 삼진을 감수하는 것이다.

즉, 성공을 위해 실패도 감수할 수 있어야만 성공의 기회는 더 많이 온다. 삼진을 두려워해서 배트를 짧게쥐고 맞추는데 급급하면 안타는 만들어낼지 몰라도 홈런을 만들어내긴 어려우니까. 결국 실패와 성공은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것이다. 실패 속에서 성공의 기회도 찾고, 성공을 위해선 실패라는 시행착오도 겪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 나사에서는 후보자 채용 심사시에 실패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실패 경험이 없는 사람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면 쉽게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반면, 실패를 해본 사람은 중심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그 이유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도 직원 채용 때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뽑는다고 한다. 실패를 칭찬하거나 부추길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실패를 통해 쌓은 경험과 새로운 에너지는 중요한 자산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직 내에서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는 발상으로는 혁신도 창조도 어렵고,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것도 어려운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실패 중에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설적인 실패다. 실패라고 다 같은 실패가 아니다. 도전하지 않고 시도하지 않는 것 자체가 실패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면 건설적 실패를 통해 성공도 앞당겨진다. 아울러 과거의 실패에서 배워라. 실패는 성공 이상의 교훈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실패를 무조건 덮거나 지나치지말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평가도 하고 교훈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실패에서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는 과정이다. 안되는 방법을 찾아낼수록 되는 방법을 찾는 확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실패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확률을 높여가는 것이다. 실패할때 좌절보단 새로운 기회에 대한 동기를 가져야 한다.

 

혹여, 자신의 계획보다 자신의 현재가 조금 어긋났거나, 몇가지 크고 작은 실패나 실수를 겪었다고 기죽지 말자. 실패는 성공의 필수요소라는 점을 명심하며 늘 도전하고 시도하라. 도전하지 않는 자에겐 실패의 기회 조차도 없으니까.

-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www.digitalcreator.co.kr)

[2030성공습관]보고서의 힘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1995년 BMW코리아의 임원 입사 제안을 받고 다른 후보들과 독일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대개 최종 면접이 그렇듯, 후보들은 모두 쟁쟁한 사람들이었기에 누가 뽑히더라도 회사로서는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증권, 보험, 제약 업계를 거쳤지만, 수입 자동차 업계는 처음이었다.

 

그는 면접장에 다른 후보들과 달리 '한국의 수입차 시장 현황'이라는 80여 쪽짜리 두툼한 보고서를 준비해 갔다. 보고서를 검토한 본사에서는 김 사장을 BMW코리아 상무이사로 영입했고, 그는 2000년에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2003년에는 독일BMW그룹의 등기임원이 되기도 했다. 본사 임원 중 유일한 아시아인이라는 것도 특징적이지만 BMW 해외 지사의 사장이 본사의 등기임원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김 사장은 초고속 승진의 사례이기도 하다. BMW코리아의 사장이 된 것이 40대 초반이고,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신텍스에서는 30대에 이미 이사와 대표이사를 거쳤다. 남들이 대리나 과장직에 있을 때 그는 이사와 사장직에 있었던 것이다. 과연 그의 성공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는 것일까?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BMW코리아의 상무이사가 되기 전까지 그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었다. 이후 대학을 다니고 박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그의 입사 및 초고속 승진에 그 학력이 작용한 것은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성공 비결에서 학력은 제외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물론 그가 유독 외국계 회사에서만 일을 한 이유가 학력 때문이기는 하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가치를 드러낼 곳으로는 학력지상주의 사회인 한국보다 외국계 회사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여러 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 요인을 물을 때 자주 인용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가 한국신텍스의 경리부 차장으로 있을 때, 당시 미국인 사장이 김효준에 대해 쓴 인사고과 평가서를 우연히 봤다는 것이 그것이다.

사장은 인사고과 평가서에 ‘차기 사장으로서 자질이 있다’고 그를 평가하며, 그 근거로 다방면에 실무 경험이 있다는 것과 지극히 상식적이어서 균형 잡힌 사고와 행동이 안정감을 준다는 것,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 문제 파악과 해결, 설득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제시했다고 한다.

 

사장이 평가했던 그의 그와 같은 능력은 매력적인 페이퍼 파워로도 발휘되었다. 그는 '나의 꿈은 Global GEO'(2003)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고, 2007년에는 박사 학위 논문인 '지식 이전의 흡수 능력과 동기 부여에 관한 연구'로 한국국제경영학회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페이퍼 파워는 김효준 사장의 입사, 승진, 경영성과 증대, 그리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서 모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저장 장치 전문 업체인 이메이션의 코리아 CEO를 거쳐, 2007년부터 전 세계 이메이션 브랜드를 총괄하는 글로벌 브랜드 총괄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이장우도 페이퍼 파워를 가진 경영자다. 다수의 책을 낸 저자임과 동시에 매체에 칼럼도 많이 기고하는 그는 독서 경영 신봉자이기도 하며, 직원들의 도서 구매비는 무제한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페이퍼 파워가 발휘된 것은 그가 첫 CEO가 되던 1996년이었다. 당시 그는 한국3M의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이메이션코리아의 사장 채용 공고를 접하고 3M의 미국 본사 임원에게 ‘내가 이메이션코리아의 사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장문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이메이션은 3M의 계열사다).

 

그 장문의 페이퍼가 그로 하여금 이메이션코리아의 CEO가 되는 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시의적절한 페이퍼는 매우 강력한 힘이 됨을 다시금 보여 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CEO나 임원의 96%가 ‘자신의 보고서 작성 능력이 승진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해 보고서 작성 능력이 승진의 필수 요소임을 보여 준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직을 위해 면접을 보려는 지인들에게 필자는 늘 ‘그 회사에 정말 입사하고 싶다면 그 회사를 분석한 보고서나 그 회사를 위한 제안서 등을 하나 준비해 가라’고 당부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효준 사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잘 준비한 보고서 하나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물론 김효준 사장이 능력도 없는데 보고서만으로 CEO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면접이라는 평가의 자리에서 보고서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이다.

 

면접 때 준비해 간 보고서가 주는 1차적인 메시지는 지원자의 태도와 성의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입사에 대한 지원자의 강한 의지와 열정, 성의를 느낌과 동시에, 보고서의 내용에서 지원자의 전문성과 준비성도 가늠할 수 있다.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서는 짧은 면접 인터뷰에서는 보여 주기 어려운 실력과 신뢰, 열정 등을 보고서 하나로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경력직 이직이나 임원급 채용 인터뷰를 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보고서 준비를 절대 잊지 말길 바란다. 당신이 정말 최종 합격자로 선택되고 싶다면 말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ww.digitalcreator.co.kr

 

* 머니투데이 <김용섭의 2030 성공습관> 연재 칼럼 중에서.

힐러리가 연설을 잘 하는 비결

탁월한 연설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힐러리 로댐 클린턴에게는 인용문, 속담, 격언, 성경 구절이 빼곡히 적힌 수첩이 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라도 정곡을 찌르는 연설을 할 수 있는 그녀의 원동력은 인용할 말이 적힌 수첩인 것이다.

머리 속에 수많은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효과적으로 꺼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두는 것보다는 덜 미더운게 우리의 머릿속 기억력이 아니던가.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많다. 책을 읽고 좋은 인용구나 이야기 소재를 노트에 기록하여 그것을 활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삼기도 한다.

특히 인기있는 개그맨이나 사회자 중에는 독서량이 엄청난 이들이 많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잘나가는 경영자나 정치인, 세일즈맨 등 남들 앞에서 얘기를 하는 기회가 많은 이들일수록 자신만의 이야기 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책을 멀리하고, 자신만의 이야기 꺼리를 확보해두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즉, 이야기 주머니를 가져야할 사람이 그것을 가지지 못한다면 결코 경쟁력을 잃어버려 자신의 가치를 다 발휘하지 못하고 도태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말을 잘하려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스토리텔러(이야기꾼)가 되려면, 자신만의 이야기 주머니를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해두고 상황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야기는 즉흥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니다.

미리 계산된 스토리텔링이어야만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최대화 할 수 있다. 일부는 머릿속에 기억 시켜서 언제든 써먹을 수 있도록 하고, 일부는 노트에 정리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볼 수 있도록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야기 노트에 찾은 이야기를 정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사용한 장소와 상황, 어떤 반응이었는지도 메모해두면 좋다. 그러면 다음에 그 이야기를 사용할 때 많은 참고가 되기 때문이다.
 
시사, 문화예술,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 꺼리는 반드시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쉽게 말을 섞을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이들이다. 한두개 꺼내보고 상대가 관심가질 주제가 보이면 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된다.

아무리 딱딱하고 어려운 얘기라도 먼저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과는 좀더 쉽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무조건 첨부터 딱딱하고 어려운 본론부터 얘기하기 보다 상대의 공감대를 맞추는 작업을 하는 것도 대화의 요령이다. 대화는 결국 사람이 한다. 상대의 기분을 고려하고 상대의 친밀도와 공감대를 높여주는 것은 어떤 내용의 대화를 할 때라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필자는 중요한 자리에 갈 때면 이야기 꺼리를 미리 생각해서 그것을 적은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간다.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협상의 자리에서는 상황에 따라 사용할 이야기가 필요하다.

무미건조하게 이성적인 메시지만 전하고 나올 수도 있지만,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서는 감성적인 메시지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공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주머니 속에 혹은 수첩 속에 이야기 꺼리의 제목이라도 언급되어 있으면 그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떠오를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 주머니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 신문 기사, 유머나 인용문, 각종 사례 등 이야기 꺼리로 사용할 것을 한번 만들어두고 계속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야기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10년 전에는 유머로 용인되던 것들이, 지금은 성희롱이나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이라 지탄받는 것들도 있다. (www.digitalcrea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