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는 구닥다리다. 바코드의 역사는 1949년 조셉 우드랜드라는 대학원생이 “점과 줄을 가지고 정보를 표현하면 상품정보를 손쉽게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3년 후 지금과 같은 형태의 바코드를 고안해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로 소소한 변화가 있긴 했지만, 우드랜드가 고안했던 바코드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획기적인 기술이었던 바코드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무려 60년을 버텨왔지만, 수많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 한 지금, 상대적으로 바코드의 단점은 무수하게 늘어났다. 일단 표현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와 양이 제한적이다. 정보의 기록 밀도도 매우 작고, 정보를 읽는 방법도 제한적이며, 손상된 바코드는 인식하거나 복원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2차원 코드가 등장하면서 바코드도 조금 숨통이 트였다. 생성할 수 있는 개수가 늘어나면서 상품관리 용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종류도 늘어났고, 인식속도와 인식률, 복원력도 모두 향상됐다.
다양한 2차원 코드의 종류. 맨 윗 줄 4개의 코드가 국제 표준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2차원 바코드의 하나인 QR코드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다양한 인쇄매체에 적용해 관련된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됐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카메라폰은 대부분 QR코드 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SK텔레콤(네이트 코드), KT(핫코드), LG텔레콤(이지코드) 등 이통사들이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2차원 코드 사업을 경쟁적으로 시작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비싸고 폐쇄적인 무선인터넷 환경 때문에 바코드 정보의 활용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었고, 결국 2차원 바코드는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처럼 다시 사양길로 들어가는 듯 했던 바코드와 QR코드가 최근의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재조명받고 있다. 스마트폰에 바코드와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되고, 무선인터넷망이 개방되면서 바코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크게 늘어났다. 쿠루쿠루와 에그몬 등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는 바코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바코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바코드와 QR코드가 스마트폰과 만나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가격비교와 쇼핑 분야다. 대부분의 상품에 인쇄되어 있는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한 후 온라인 마켓의 데이터를 불러와 가격을 비교하고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다.
직접 마트에 가지 않고도 필요한 제품의 바코드를 입력해, 가까운 마트에서 상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 바코드를 이용한 스마트폰 쇼핑은 최근 제기된 스마트폰 결제의 보안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올해 중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함에 QR코드를 넣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명함을 주고받은 후 연락처를 정리하기 위해 고생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명함에 QR코드를 집어넣으면 스마트폰으로 인식해 손쉽게 연락처를 등록할 수 있으며, 사진이나 홈페이지, 동영상 등 개인, 혹은 회사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여줄 수도 있다. 거래처 담당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점은 보너스다.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QR코드를 기사 하단에 넣어, 독자들에게 스마트폰을 통해 기사와 관련된 동영상이나 음성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다. 광고에 QR코드를 삽입하면, 광고와 관련된 콘텐츠를 보여주거나, 직접 제품을 구입하는 사이트로 연결해 줄 수도 있다. 이쯤되면 인쇄매체에서도 온라인 매체와 같이 클릭당 지불(Cost Per Click) 광고가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음반이나 영화 산업에서도 QR코드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CD 겉면에 QR코드를 인쇄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예비 고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 샘플이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후 구매를 결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 포스터에 QR코드가 들어가면 영화팬들이 길을 가다가 영화 포스터를 보고 그 자리에서 예고편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예고편이 마음에 든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가까운 영화관에 예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관광이나 전시 업계에 계신 분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요즘 규모가 큰 박물관에서는 전용단말기를 통해 음성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아지면, 전시물 소개에 간단히 QR코드를 삽입하는 것만으로도 음성안내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박물관 뿐만 아니라, 미술관 등 각종 전시장과 관광지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관광지 곳곳에 QR코드를 삽입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관광 안내지에 인쇄해 관광객들이 들고 다니면서 QR코드를 찍어 안내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바코드와 QR코드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수없이 많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여러분의 업종에서 바코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찬찬히 생각해보면, 아마 한 두 가지 쯤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국내에도 이러한 고민을 마치고 실행에 옮긴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두산 매거진이 W 3월호에 QR 코드를 실었으며, 인터파크도 26일부터 QR코드 쿠폰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W 3월호에는 20여 개의 광고와 기사에 QR코드가 배치됐다. 화보면 아래에 인쇄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메이킹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광고에 같이 삽입된 QR코드를 통해서 해당 상품의 추가적인 이미지와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매장 위치를 지도로 확인하거나 브랜드의 웹사이트로도 연결할 수 있다.
W를 발행하는 두산매거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잡지에서 QR코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잡지의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광고주에게 새로운 프로모션의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QR코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바코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꺼져가는 바코드의 생명은 심폐소생술을 받은 셈이 됐다. 바코드가 스마트폰 바람을 타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해주는 채널’로 다시 강곽을 받고 있는 것.
바코드과 2차원 코드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RFID나 사물인식 등 바코드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비용이나 기술적인 문제로 산업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려면 조금 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바코드의 ‘제 8의 전성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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